그룹명/일기 에세이

정월 대보름

윤재영 2006. 2. 13. 14:14

정월 대보름

 

 

휴유, 이제 내 시간되었다

아이들 열시면 자기방에 다들 들어간다

 

오늘 저녁은 남편이 했다. 비프 스튜하고 치킨 칠리

덕분에 오후에 난 조카와 함께 새로 건축하는 성당에가서 유리창 닦고

일하시는 신부님 그리고 형제 자매님들 사진을 찍고 왔다

아침에는 모처럼 한국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고 점심으로 오곡밥 먹었다

얼마나 맛있게 그리고 고맙게 먹었는지 감사할 뿐이다

 

집에 와서 쓸고 닦고 개미처럼 일했다

빨래통에 하나 가득씩 네번 돌렸다. 식구들 일 주일 입을 옷들이다

빨고 말리는 거야 기계가 하지만

옷들을 접어 제자리에 놓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특히 우리집 짝 잃은 양말짝들 때문에 내 미치겠다

어디로 도망가는지 꼭 대 여섯개가 혼자 남는다

남편 옷 마저 다려 옷장 속에 넣어 놓았다

 

아, 그 와중속에서도 정월 대보름 달맞이 했다.

남들 쥐불놀이 한다는데 난, 밤중에 나가 침대 이불 담요 털었다

달님이 콩쥐같이 일하는 이 내 맴을 이해해 주실거다.

 

달님 달님,

우리 일가 친척 사랑하는 님들 아픈 것 다 가져 가셔서 마음 과 몸이 다 건강하게 해 주시고

제 맘속에 있는 나쁜 열기를 다 빼가져 가셔서

모든 이들을 품어 주고 보듬어 주고 사랑해 줄 수 있도록 넓은 마음을 주시고

진리를 추구하게 순리대로 사는 현명함을 주시고

가슴에 손을 얹어 한치의 부끄럼 없는 삶을 살게 해 주시고

제 블러그를 찾아 주시는 좋은 님들을 위해 좋은 글도 많이 쓰게해 주시고

올해는 한 권의 책이라도 엮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해 주시고

외롭고 고통속에 있는 모든 분들께 사랑의 손길이 닿게 해 주시고

그리고 생각해 내지 못한 다른 좋은 일들도 많이 많이 생기게 해 주소서

 

히, 욕심도 달덩이 처럼 그득하다.

 

베란다에서, 정월 대 보름달

 

 

2006년 2월 12일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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