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일기 에세이

엄마, 저 아파요

윤재영 2005. 11. 30. 02:23

엄마, 저 아파요

 

 

태권도 시간이다. 인석들 매 번 이렇게 시간을 알려주어야 한다.자기들 운동하는 것이 엄마를 위해 하는 줄 아나보다. 하기사 그 말이 맞다. 아이들이 건강해야 내가 마음이 편할 테니까.

 

"시간됬는데 뭐해, 빨리 준비하지 않고? “

"엄마, 저 아파요.”

시작이다, 태권도 시간만 되면, 무슨 일이 있고, 어디가 아프다고 한다. "가야돼! " 못을 박았다. 

혹시나 미심적어 묻는다. "어디가 아픈데?” “ 넛이요.” 

"?” (Nut, Testis, 고환)  발목이 아파야지 그곳이람

일단 집에서 쉬라고 했다

 

어디가? 언제부터? 어떻게? 얼마큼?

고추의 고자만 나와도 난리를 치는 녀석이 술술 대답하는 것을 보니 진짜 이상이 있기는 있는가 보다. 진짜 아프면 엄살도 안떤다. 사흘이 넘었다니 혹시 병을 키우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말도 못하고 속으로 고민을 했을 생각을 하니 마음도 아팟다.

 

다음날 아침에 병원에서, 나보고 병실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히구 인석, 나도 보고싶지 않다). 진단이 끝난 후 의사가 종이에 그림을 그리시며 설명을 주셨다. 볼록 튀어나오는 것을 그리신다. 분명 떼어내야 할 혹을 그리시는거다.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둥그런 고환, 연결되는 줄기, 그리고 중간에 쭈글쭈글 튀어나온 것을 그리셨다. 그것은 퇴화된 예전 고환 주머니인데 그것이 비틀리면서 신경을 건드려 아프다는 것이다. 맹장같은 넘인가 보다. 흔히 있는 일이고 그러다가 때가 되면 괜찮아 진단다. 휴유! 큰 일인 줄 알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14 동안 보살펴 주신 이 의사 선생님이 너무 존경스러워 보였다. 아, 우리아이도 저런 의사선생님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 까 상상해 보았다. 그냥 꿈이다. 큰 아이 머리 싸매고 드럼치고 작은아이 공부에는 관심이 없다. 조카? 피디가 된단다. 아이들이 무엇을 해서 먹고 살지 감이 안 잡힌다. 그저 주님께 매달릴 거다 (주님! 아이들을 당신의 팔 다리가 되도록 인도해 주소서)

 

엄마가 되면 반의사가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고환 줄기에 퇴화된 주머니가 있는 줄은 몰랐다. 사내아이를 기르다 보니 별것을 알게 된다. 얼마를 알아야 하는가? 기대 단계 낮춘다. 얘들아, 아프지 말아라.

 

 

 

 

2005 11 29

윤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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