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말자 생각을 말자 // 윤재영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쓸 줄 몰랐다 다 핑계다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나도 인자한 엄마가 되고 사랑스런 아내가 되고 자랑스런 딸이 되고 싶다 어쩌다 무서운 사감이 되고 짜증내는 마누라가 되고 무심한 불효녀가 되었는가 모두가 나를 필요로 하는 .. 그룹명/자작시 2005.09.21
무언(無言)으로 무언(無言)으로 // 윤재영 자업자득이라 했는가 남편이 그렇고 자식이 그렇고 나의 삶이 그렇다 고요한 밤에 홀로 떠 있는 보름달 나를 맞아 주는가 그대 곁에 있으니 눈물이 절로 흐른다 나의 무지(無知) 나의 실수(失手) 나의 횡포(宖抛) 허영의 지프라기 발버둥 치다 낸 상처들 용서받을 수 있다면 무.. 그룹명/자작시 2005.09.19
종이배 띄울까 종이배 띄울까 // 윤재영 개구장이 심술인가 주정군의 주정인가 바닷바람 비구름 몰고 와 이리치고 저리치고 비명의 아수라장 거리의 추억 눈물속에 잠겨있는데 종이배 띄울까 낚시대 올릴까 야속한 것인가 위로를 하는가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떠간다 그룹명/자작시 2005.09.08
꽃 등(燈) 꽃 등(燈) //윤재영 담벽 한 모퉁이 수줍은 듯 노란 꽃가로등 그리운 엄마인가 보고픈 님인가 어두울 새라 밝혀주고 반겨준다 그곳에서 오늘도 만나고픈 설레임있어 그 길을 지나가는가 그룹명/자작시 2005.09.05
벌레에게 벌레에게 //윤재영 벌레야 내 몸집 이리 커 넌 내가 무서울지 모르나 네 속을 내 모르니 난 너가 무섭다 우리 이렇게 살아 보면 어떻까 너는 네 곳에서 나는 내 곳에서 너는 너 할 일 하고 나는 내 할 일 하고 내가 네 곳을 가지 않으며 너도 내 곳에 오지 말면서 그룹명/자작시 2005.08.02
소낙비야 소낙비야 //윤재영 시커먼 먹구름 금방이라도 터질 듯 쏟아지는 비를 터지는 봇물을 막을 수야 없겠다마는 이왕 사 그럴 바에 근심 걱정 보따리도 다 터지게 하거라 답답한 가슴 시원하게 뚫어주어 말끔히 다 가져가거라 그룹명/자작시 2005.08.02
흙 흙 //윤재영 흙은 묵묵히 지켜주고만 있다 꽃이 피나 꽃이 지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생명의 젖줄처럼 그렇게 순수하게 주기만 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고 붉은 피 토하도록 파헤친다 하더라도 아프다지 않는다 냄새 나는 쓰레기 짊어 지켜도 불평도 없다 아무리 밟고 다녀도 꺼지지 .. 그룹명/자작시 2005.07.24
그렇게 이렇게 그렇게 이렇게 //윤재영 이미 그렇게 정해지기라도 한 듯 하나를 놓아주니 또 하나 생긴다 그쪽에서 내려오고 이쪽에서 내려오다 이렇게 우리는 만나 합쳐지고 어우러져 넓고 깊은 강물 이룬다 그러면서 함께 바다로 향한다 설레는 가슴으로 물결을 타며 그렇게 이렇게 운명이 다시 방향을 잡는다 그룹명/자작시 2005.05.03
그대 나를 불러 줄 때 그대 나를 불러 줄 때 //윤재영 그대 내 이름 불러 줄 때 난, 향기 가득한 눈부시게 어여쁜 연분홍 진달래 활짝 날개 달고 천사되어 세상을 품는다 그대 내 이름 불러 줄 때 난, 가시 돋친 장미 쓰디쓴 씀바귀 엉클어진 엉겅퀴 손발이 묶인 채 포로되어 빛을 잃는다 그대 나를 불러 줄 때 난, 해맑은 미소 .. 그룹명/자작시 2005.04.16
기약 기약(期約) //윤재영 봄바람에 진달래 철쭉 님 만난 기쁨에 터지는 불꽃 봄비 내려 빛바랜 화려함 멍든 가슴 시들어 떨어진다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간 자리에 파릇파릇 푸르름 돋아나 새알 속 아기새 엄마의 기다림에 꿈틀꿈틀 껍질을 깨고 작약 몽우리 아침 햇살 받아 몽올몽올 고개 내민다 그룹명/자작시 200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