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넋두리 찌푸등 흐린 날이 며칠 동안이었나 셀 수도 없다. 그사이에 겨울비도 다녀갔고 벽난로에 불도 피워 머시멜로도 구워먹었다. 등 따시게 해서 꼬닥꼬닥 졸기도 했다. 몇 번 피고 진 집앞에 동백꽃, 추워도 춥다 소리 안 하고 매일같이 반겨주는 그들이 나의 맥박을 뛰게 한다. 살아 있음이다. 아침.. 그룹명/일기 에세이 2007.01.27
책 번역을 마치며 책 번역을 마치며: 박창환 신부의 말기암 환자 호스피스 사목 일기, ‘이 목 좀 따 줘!’ 한국성당에 조 신부님이 동료 신부님이 쓰신 책, ‘이 목 좀 따 줘!’를 영어로 번역하라고 하셨다.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나를 선택하셨다는 것이 내심 기뻤다. 쉽게 대답은 했지만 막상 번역을 하려고 .. 그룹명/일기 에세이 2007.01.17
동백꽃 동백꽃 //윤재영 홑겹 다홍치마 곱게 드리우고 찬 겨울 밝혀 오실 임 기다리나 파르르 떨림 품어 주고 싶으나 나 또한 추운지라 횡한 바람 어찌 견디려나 아랑곳없이 홀로 피고 지며, 그대 날 위로 하는가 그룹명/자작시 2007.01.05
학생들로부터 받은 선물 학생들로부터 받은 선물 한국학교 겨울 방학하는 날, 학생들로부터 ‘교장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적은 카드 두 장과 꽃밭을 그린 그림 한 장을 선물로 받았다. 한 장의 카드는, 이제 막 ‘가나다라’를 익힌 어린이가, 직접 써서 준 카드였고, 또 한 장은 각 반 학생들이 직접 이름을 써서 꽉 채워진.. 그룹명/일기 에세이 2007.01.02
그대에게 그대에게 //윤재영 생각마저 잠이 든 메마른 겨울 따사한 입김에 얼음이 녹나이다 좋은 인연에 다시 꽃이 피오니 계곡의 맑은 물에서 물고기 노나이다 세월 따라 가는 길 혼자인가 싶더니 그대 나를 태워 흘러가고 있더이다 그룹명/자작시 2006.12.30
크리스마스 다음날에 크리스마스 다음날에 어느 미국인 여자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르쳐 주기로 했다. 나이는 서른 살 정도이고 아직은 결혼할 생각이 없어 혼자 산다고 했다. 다달이 선급으로 받는 것으로 하고 첫 달은 그렇게 지나갔다. 부동산을 한다기에 한국사람을 상대로 돈을 벌려고 하.. 그룹명/일기 에세이 2006.12.29
가을밤에 가을밤에 //윤재영 아삭아삭 흩어진 낙엽 속에서 나를 찾는다, 줍는다 가냘픈 벌레소리에 마음 준 봄꽃들 어긋난 인연이었다 끊어야 했다 그래야 한다 알고 있었으면서, 막상 닥치고 나니 난 흔들린다 손끝이 떨리도록 어둠 속 외 등, 그래도 불빛 하나 가슴에 들어와 무섭지 않다 외롭지도 달이 떴음.. 그룹명/자작시 2006.11.28
우찌 이리 맛있노? 우찌 이리 맛있노? //윤재영 유혹을 뿌리치고 아침을 무사히 굶었다 조금있자 배가 쿨쿨해진다 점심 때도 아닌데 아른아른 어제 쪄 놓은 고구마 안되겠다 뒤진다 냉장고를 도데체 어딧노? 냄푠이 묵어 뿌렸나? 그럴리는 없고 그럼 갖다 버렸나? 그럴리도 없고 아하! 그러면 그렇지 은박지에 쌓여 있는 .. 그룹명/자작시 2006.11.17
미국 생활: 문화의 정체성 미국생활: 문화의 정체성 서로 다른 국가의 문화를 비교하는데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말 할 수 없다. 한국문화는 한국에서 알맞고, 미국문화는 미국에서 알맞는 거다. 미국에서 바람직한 것이 한국의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고 한국에서 바람직한 것이 미국 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 그룹명/미국 유학기 2006.11.15
너는 낙엽이다 너는 낙엽이다 //윤재영 지고지고 또 져도 또 다시 지는 불변의 진리로 심장 뛰게 하고 세상 혼을 빼는 무게도 색도 얼굴도 없는 바닥에 뒹굴며 염치도 없는 켭켭이 쌓이다 가을비에 삭아지는 공간을 초월한 삶을 터득한 너는 낙엽이다 2006년 11월 13일 그룹명/자작시 200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