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리움이란 그리움이란 //윤재영 고요할 때 다가오는 아린 가슴이다 한켠에 놓아두고 한알 한알 입에서 녹는 자수정 竹鹽(죽염) 맛이다 그 짜릿함에 콧등이 찡해온다 가까이할 수 없는 그것 만질 수 없는 그것 곁에 있을 땐 눈에 보일 땐 아무렇지 않다가도 떨어져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허깨비 그룹명/자작시 2010.09.15
시-구월 아침 구월 아침 //윤재영 그 열기는 어데 가고 문밖을 나서니 서늘하다 누구는 상쾌하다 하겠지만 내겐 싸늘하다 확실히 느꼈다. 하지만 난 아직 볼 눈이 없다 사람들 차 속으로 들어가 한곳으로 몰렸다 고속도로 울리는 굉음에 지구가 뒤집힐까 겁난다 새들아, 잠시 피했다 다시 나오자 지금 우리 시간이 .. 그룹명/자작시 2010.09.15
시-산 산 윤재영 녹음이 짙은 당신을 가까이에서 바라봅니다 두 소나무 뒤쪽 사이로 흔들리는 나뭇잎의 모습은 분명 가슴에 파고드는 당신의 미소였습니다 아, 가슴이 뜁니다! 세월 따라 먼 길 걸어오며 온갖 바람이 스쳐 갔지요 이제는 머물어도 될 이 시간에 다시금 흔들리는 이 마음은 그냥 지나가는 바.. 그룹명/자작시 2010.08.22
꽃잎 날리던 날 꽃잎 날리던 날 //윤재영 고운 모습에 넋을 잃어 주저 없이 네게 뛰어들었다 향긋한 내음에 굳게 닫힌 마음 빗장 풀리고 화사한 입맞춤에 너의 포로가 되었다 미련없이 퇴색되어 떨어져 날릴 너의 풍요로움에 짜릿한 이별의 아픔은 한갓 부끄러움이겠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듯 난 지난 내가 아.. 그룹명/자작시 2010.04.09
단감 단감 추운 겨울 친구가 사다 준 늦둥이 껍질을 까서 한 입 베어 문다 영글다 못해 달빛이 되어버린 지금 이 순간 무슨 색이 제일 예쁘냐고 무엇이 제일 맛있느냐고 묻는 다면 네가 제일 좋노라 아사 삭 사르르 녹아져 껍질조차 아까운 네가 결코 말할 테니까 그것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에 그룹명/자작시 2010.02.23
달님 달님 //윤재영 창문에 화들짝 그대, 오늘 밤 어쩐 일이신가 언제부터 그곳에 계셨나 겨울 나뭇가지에 진득이 달려있는 마른 나뭇잎 그대 품에서 덩실 춤을 추고 그 안에 내가 있다 장작 태우는 벽난로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두고 지난날이 그립다 하지 않으리 떠오르는 그리움 잡지 않으리 지금이 그.. 그룹명/자작시 2010.02.05
아직은 아직은 //윤재영 버려야 하는데 버릴 수 없다 많기는 많은데 입을 게 없다 작아진 청바지, 다시 입을 수 있을 것 같고 하늘하늘 블라우스 보기만 해도 예쁘고 볼품 없지만 브랜드이기에 오래됐지만 추억이 있기에 목에 끼지만 찬바람 불까봐 까만 드레스, 혹시 몰라서 흰 남방셔츠 몇 개 되지만 각기 다.. 그룹명/자작시 2009.08.25
연륜 연륜 //윤재영 여름 비 다녀갔는가 나무 그늘에 하얀 주름버섯 우산을 받치고 홀로 서 있다 햇살이 다가오면 어디로 갈 거나? 멍해진 뇌리 속 길들어진 삶은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충실한 노예가 되어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고 비우고 싶어도 비울 수 없다 되는대로 살리라 그럼에도 가슴 한구석 .. 그룹명/자작시 2009.08.01
불면不眠 불면不眠 //윤재영 몽롱한 머릿속에 줄곧 글을 짓고 있다 물고 늘어진다 허우적허우적 거품을 뿜어낸다 허공에서 사라질 것을 터져 버릴 것을 소낙비 으르렁거리나 밋밋한 무맛이다 푸석푸석 부서진다 그래도 찾아 주는 네가 있어 다시 숨을 쉰다 소리 나지 않는 울음을 토하며 가지 마라 가지 말거라.. 그룹명/자작시 2009.07.19
씨앗 씨앗 // 윤재영 우리의 만남이 그렇게 끝날 것이라면 처음부터 시작을 아니 했겠죠 현실에 묻혀 연락을 잊어 말라 비틀어진 모양새 같지만 죽은 건 아니랍니다 때를 기다릴 뿐 다시 만날 기쁨에 설렘을 억누르며 차분히 그 순간을 기다립니다 설사 다시 꽃을 피우지 못한다 해도 아쉽다 슬프다 않을 겁.. 그룹명/자작시 2009.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