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버섯 //윤재영 보슬비 보슬보슬 하늘이 울던 날 담벼락 꽃잎 진 나무 숲 아래 황금 갓 쓰고 홀로 서 있는 그대는 뉘 시오이까 반겨주는 이 알아주는 이 없을 지온대 어찌 이곳 외 딴 곳에 오셨는지요 지나가던 나그네 잠시 들리셨나요 저를 찾아 먼 길 오신 건가요 깊이 가려진 그대 얼굴 뵈올 수 있을까.. 그룹명/자작시 2008.01.17
봄바람 봄바람 //윤재영 네가 떠난 자리엔 칼끝 에이는 추위만 남아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지 사그라져 가는 그날 오후 살짝 바람에 전해 준 너의 보드란 입맞춤 꽁꽁 얼은 가슴이 녹아 쿵쿵 뛰기 시작했어 그래, 그랬어 차가운 건 너의 본심이 아니었어 뜻이 있었던 거야 아프게 한 것조차도 너를 안 지금, 이.. 그룹명/자작시 2008.01.15
철새 철새 //윤재영 햇살 스며드는 안개 낀 아침 뒤뜰 인기척에 놀란 철새 화들짝 날아간다 떼거리로 몰려다니기에 검은 줄만 알았는데 날개 깃 안쪽으로 빨간 그들만의 언어가 있었다 난 널 모르고 넌 날 모르고 오면 오고 가면 가고 자유롭게 왔다가 자유롭게 떠나는 너 가까이도 알려고도 말자 우리 그렇.. 그룹명/자작시 2008.01.11
침묵 침묵 //윤재영 날카로워진 뇌신경 허기진 추파 던져놓고 혈안이 되어 꼬투리 찾는다 철떡 달라붙어 하루를 잡아먹으려 한 길 넘는 흙탕물 속에 허우적거리면 거릴 수록 더 혼탁해 지더라 새소리에 촉각을 이어놓고 가만히 있다보면 때가 오려나 가라앉을 것이 가라앉아 보일 것이 보이려나 오색 햇살.. 그룹명/자작시 2008.01.09
낙엽지는 날 낙엽 지는 날 //윤재영 누렇게 초월한 가을 단풍 바람결 살짝 간지름에 우수수 자지러진다 같이 놀고 싶으나 말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 뿐 그가 거기에서 날 반겨 줄 것 만 같아 내 손잡아 날리는 낙엽에 태워 줄 것 같아 정처 없이 서성이나 다들 가버린 어지러진 자리엔 나를 찾는 외로움만 윙윙거.. 그룹명/자작시 2007.12.12
무슨 소리? 11월 26일 2007 오늘의 일기: 무슨 소리? //윤재영 고요하다. 아니, 시끄럽다. 냉장고 “위잉,” 시계 “똑딱,” 귓속 “띠잉,” 잘들 한다. 지칠 줄 모르는 내용 없는 소리들, 궁시렁거리는 사이,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버렸다. 허와 실이 주체성을 잃고 시간과 벽이 무너지면서, 나란 존재는 잔.. 그룹명/일기 에세이 2007.11.28
늦가을 늦가을 //윤재영 오색 찬란한 숲 속 엊그제 마음을 주었는데 한통의 겨울 편지에 하루 밤사이 세상이 바뀌었다 어쩌면 그럴 수가 있냐? 떨어져 내린다 날린다 제멋대로 아무 데나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은지 무언의 광란이다 고막이 파열되고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 추적추적 비가 내려야 조용해지.. 그룹명/자작시 2007.11.23
가을 꽈리고추 가을 꽈리고추 //윤재영 건들바람 불며 토마토 일찍이 문을 닫고 깻잎씨앗 까맣게 영글어 가는데 텃밭 꽈리고추 주렁주렁 따고 따고 또 따도 자꾸 열린다 한 배 두 배 열 배 백 배 주고 주고 또 주는 끝없이 퍼주는 눈물겨운 사랑이다 위아래 양쪽 주머니 그것도 모자라 옷자락 펴 가득 채웠다 앞집 옆.. 그룹명/자작시 2007.10.30
지난 주말 지난 주말 //윤재영 분명 무엇인가 지나가고 있음이다 아니 꿈을 꾸고 있다 아이의 차가 뒤집어 졌음에도 멀쩡이 살아 나왔고 한국에 계신 오빠가 췌장암 수술을 하여 집안이 온통 뒤집어 졌다 그럼에도 난 내 볼 일을 다 보고 있다 아틀란타에서 한국학교 올림피아드 아이들 시 외우기 심사를 했고 여.. 그룹명/일기 에세이 2007.10.16
꽃밥 꽃밥 //윤재영 식탁에 둘러앉아 아담한 공기 속에 소복 콩, 팥, 색색 붉으므레 한솥밥 어울림 서로 등을 긁어 주며 대리만족을 하며 반짝반짝 눈빛 통통 터지는 미소 시간가는 줄 모르는 은은 고소한 맛 따끈한 꽃밥으로 피어나는 우리들의 우정 그룹명/자작시 2007.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