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서 용서 //윤재영 알게 모르게 그대에게 준 상처 해변가 모래 낙서처럼 파도에 휩쓸려 지워졌으면 한 여름 새벽 공기로, 비 온 후 무지개 햇살처럼 사라졌으면 얼킨 끈 놓아 주고 굵게 뿌리내린 영근 새 살이 나왔으면 속죄의 눈물로 씻어 줄 수 있다면 그룹명/자작시 2006.06.16
시--갈증 갈증 //윤재영 붉게 달아 오른 더위, 덥다 말 못하는 가녀린 오월 그래, 가거라 나뭇잎에 눈망울들 후득, 후득 후득 후드득 기다렸던 순간이 아닌가 창가 스치는 상큼한 언어에 머릿속 피 숨통트고 세상 돌아간다 이제 그렇게 여리지 않다 흔들림을 탈 수 있을 만큼 혼자 설 수 있는 짙은 유월의 목축임.. 그룹명/자작시 2006.06.08
시--기다림 기다림 //윤재영 계속되는 가뭄 벌써 며칠째인가 고독을 즐기는 외로움도 때론 누군가 그리워지는데 어제 모종한 깻잎 마른 입은 축였으나 타는 속은 어쩔거나 지쳐 늘어지는 햇살에 파란하늘 어쩔 줄 몰라 수박덩이 이마에 땀을 닦는다 이제나저제나 오시려나 싹은 터 올라가는데 06/05/30 그룹명/자작시 2006.05.31
시--착각 착각 //윤재영 선선한 저녁바람에 뽀글뽀글 떠오르는 생각, 건져 놓아야 한다 사라지기 전에 이유를 묻지 말자 꽃이, 왜 피고 지는지 알고 싶지 않듯 희미한 불빛 아래 살 오른 주인 없는 뽀얀 속 살, 매끄럽다 아니아니, 그냥 그렇게 봐주자 우린 결국 착각을 먹고 살아야 하기에 그룹명/자작시 2006.05.26
시--사춘기, 아이야 *사춘기, 아이야 //윤재영 너를 품에 안는 순간 약속했었다 이 한 목숨 다해 지켜주겠노라고 옹알이하고 걸음마 떼는 순간 기쁨의 절정이었다 사춘기, 가라는 대로 가지 하라는 대로 하지 굳이 샛길 가시덤불 헤치려 하는가 편편대로 마다하고 그렇게 애를 태움에 엄마는 하얗게 피어나야 하는가 창공.. 그룹명/자작시 2006.05.19
주교님과의 인연 주교님과의 관계 새 주교님이 1994년에 부임하셨다. 그 때 당시 남편과 나는 알라바마 캐톨릭 엠이(ME, 에미) 봉사자를 하고 있었다 (Marriage Encounter). 새로 부임된 주교님 폴리 (Bishop Foley) 께 엠이 활동을 알리기 위해 주교님께 각 가정에 초대 편지를 쓰기로 했다. 물론 주교님이 바쁘시다는 것을 알고 아.. 그룹명/일기 에세이 2006.05.17
시--오월 중순 *오월 중순 //윤재영 하얀 공간에 그리운 임 기다리라 앉혀 놓고 나를 잃었다 하루 이틀 엉크러진 책상 달력 속에 빨간 글씨들 아우성 나는? 나는? 오월 중순 아직 늦지 않았다 촉촉한 눈물이 있기에 춥지도 덥지도 않은 잘 보이고 싶은 순간 꽃잎은 지는 건가 다시 시작하자 부족한 모습 그대로 그룹명/자작시 2006.05.16
[스크랩] 어쩌란 말인가 ㅡ어쩌란 말인가 ㅡ 길을 걷노라니 사슬에 걸린 허연 백구가 바라본다 산길에 오르니 숲속에 하얀 고양이가 노려본다 물마른 계곡에 앉아 쉬려하니 버려진 쓰레기가 비웃는다 잎사귀마저 없는 나뭇가지 내게 삿대질한다 길가에 엉겅( ) 가 걸음걸음 비벼댄다 아, 어쩌란 말인가 나보고 윤재영님의 시.. 그룹명/일기 에세이 2006.05.16
개들의 정사, 긴 글 개들의 정사 평소와 다름이 없는 조용한 아침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에 왔다. 몽올몽올 작약이 피려고 한창 예쁘다. 잠시 머물러 사진을 찍고 있는데 우리개가 어슬렁거리며 다가 왔다. 개 생각을 깜빡 잊고 있었다. 아침에 우리가 집을 나갈때 개도 나갔다가 내가 집에 돌아 오면 집 앞.. 그룹명/일기 에세이 2006.04.21
시--차 잎 *차 잎 고향이 어딘가 바다 건너 왔다 했는가 하얀 찻잔에 뜨거운 물 식혀 조심스레, 그대를 넣는다 빈 손으로 찾아 온 그대 맑은 물 속에 긴장을 푼다 아릿다운 머리를 푼다 이 순간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 했는가 살랑 물결에 보일듯 말듯 연초록 베일로 애를 태우키는가 지긋이 눈을 감고 입을 맞춘다.. 그룹명/자작시 2006.04.18